728x90

봉지야 4

7 - 집을 찾아서

‘아. 눈 따가워.’ 듬성듬성한 나뭇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내리 쬐고 있었다. ‘오늘은 집에 가 볼 수 있겠지!’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 둘기와 길냥이를 천천히 내려다 봤다. ‘얘네 들이 친절하진 않았지만, 뭐 나도 예전에 못되게 굴었으니까……. 날 구해주고, 재워주고. 그동안 고마웠다! 잘 지내!’ 따가운 햇살 때문에 파르르 떨리는 길냥이의 눈썹이 안쓰러워 작은 잎사귀 두 개를 집어 길냥이의 눈 위에 살포시 올려주었다. 잠꼬대를 하는지 계속 부리를 오물거리는 둘기의 얼굴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조용히 강가 쪽으로 가려는 순간, “어디가?” 양손에 잎사귀를 든 길냥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응. 이제 집에 가봐야지.” “집에? 우리랑 지내기로 한 거 아니야?” “엄마..

봉지야 2023.06.22

6 - 잠 못 이루는 밤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작은 잎들을 부리로 쪼아 대고 있는 둘기와 길고 넓적한 잎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길냥이가 보였다. 흙바닥 위에서 초록빛 풀잎들이 싱그러운 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뭐해?” 씻어놓은 그릇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어디, 설거지 얼마나 깨끗이 했나 볼까?” 반짝거리는 눈빛을 쏘아대며 길냥이가 물었다. “깜짝이야! 너. 너 언제 내 옆에 와 있었어?” “나는 번개보다 빠른 냥이! 번쩍! 번쩍!” 기다란 손톱을 바짝 세운 길냥이가 할퀴는 시늉을 연신 해댔다. ‘아. 쟤 왜 이러니.’ 한심하게 쳐다보는 내 눈빛이 느껴졌는지 길냥이가 내려놓은 그릇 하나를 들어 유심히 쳐다봤다. “오! 처음부터 이렇게 잘하기 있기 없기!” 길냥이는 둘기 앞으로 그릇을 던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살짝 지었다. “이야~..

봉지야 2023.06.22

3 - 홍수

“소아아~~~.” 잠결에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꿈이겠지.’ 피곤한 탓인지 눈 뜨기가 귀찮았다. 축축한 느낌이 들었지만 조금 더 잠을 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물 흐르는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리는 게 아닌가? ‘헉! 물이 흐르고 있다!’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 주의를 의식한 순간, 입이 떡 벌어지고 눈은 커졌다. ‘헐. 이럴 수가!’ 사방이 온통 흙탕물로 둘러싸여 있는 것도 모자라 이웃집 지붕 꼭대기들만이 넘실대는 흙탕물 사이사이로 보이는 게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침대 위 지붕을 제외하고는 다 부서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방바닥으로 흙탕물이 곧 밀려들어 올 것 같았다. “끽. 끽.” 갑자기 집이 기울기 시..

봉지야 2023.06.04

1-집으로 가는 길

2016년 10월에 창작한 글이다. “톡톡. 톡톡톡.”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소낙비도 아니고, 보슬비도 아니고. 무슨 비가 이래!’ 차가운 빗방울은 사방에서 흩뿌려져 머리 꼭대기에서 얼굴로, 그리고 어깨로 나려앉아 버렸다. 털과 피부를 타고 흐르면서 따뜻해진 빗방울은 몸 사이사이로 흘러나렸다. ‘으. 간지러워!’ 몸을 좌우로 푸르르 흔들어 따뜻한 빗방울을 다시 차가운 세상 속으로 던져버렸다. 빗방울 털어내기를 몇 차례, 비는 이윽고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 이놈의 흙! 자꾸 붙네!’ 빗물과 뒤엉킨 흙이 발바닥에 붙어있었다. 손으로 발바닥에 있는 흙을 떼어냈지만, 반은 다시 바닥으로 반은 도로 손바닥과 털에 흉하게 붙어버렸다. ‘으윽! 짜증 나!’ 몇 차례 흙을 떼어내다 보니, 귀찮았던 비..

봉지야 2023.05.30
728x90